경동교회 청년부에서 격월 발행하는 소식지입니다 =) 웹진 1330
2025년 2월호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빌 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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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청년을 경청하다 I|박진서, 전하은, 하민성, 하원 교우
- 청년을 경청하다 II|한규현 교우
- 에세이|모두가 먹고, 배우고, 오래 살 수 있는 미래 (이제현 교우)
- 후기|영점조절의 시간 (이다영 교우)
- 영화 소개|영화 서브스턴스 감상문: 어디서부터 어디로 (이정규 전도사)
- 목회 서신|어디에서나 경동 (강승구 목사)
- 청년부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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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년을 경청하다 I
박진서, 전하은, 하민성, 하원 교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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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MBTI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진서: 저는 INFP입니다.
하은: 저도 INFP입니다.
원: 저는 INTJ입니다.
하은: 아닌 것 같은데요?
원: 아 ENTJ입니다.
민성: 저는 INFJ입니다.
진서: 너가 J라고?
민성: 계획적이긴 한데 계획을 잘 안 지키는게 문제입니다.
역시 분위기가 동기들끼리 있어서 그런지, 젊은 피여서 그런지 화기애애하네요. 경동교회에서 신앙생활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진서, 하은, 민성: 저희들은 다 유아세례를 받고 경동교회에서 유치부, 어린이부, 중고등부 생활을 이어 왔습니다.
원: 저는 유아세례는 경동교회에서 받고, 미국에서 생활하다가 어린이부부터 다시 교회로 왔어요. 저는 경동교회가 시작할 때부터 4대째 신앙생활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 교회에서 계속 신앙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다면 나누어 줄 수 있나요?
민성: 지속적으로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소중한 것 같아요. 중학교, 고등학교는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친구들이 많은데 교회는 언제 와도 늘 같은 모습으로 있어서 참 좋아요. 얼마전에 저희들이 옛날 사진을 찾아봤는데 어렸을 때 모습이랑 변한 게 없어서 서로 많이 웃었습니다.
원: 저도 한 교회를 계속 다니니까 소속감이 느껴져서 좋은 것 같습니다.
진서: 저도 늘 변함없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아요.
원: 진서 중복 금지야.
진서, 하은, 원, 민성: 하하하
그렇다면, 이렇게 20년 가까이 함께 자랐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궁금한 것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은: 원이는 중고등부 때 교회에 잘 안 나온 이유가 있나요?
원: 제가 중2 때 펜싱을 시작했는데 주말에 배우러 다녔고, 고등학교때는 교회에 대한 생각이 아예 안 들었었어요. 펜싱은 지금도 하고 있고, 세 종목 중 에페를 하고 있어요. 모든 공격이 가능해서 자율성이 높은 종목이라 좋아요. 다만 운동은 정말 많이 되는데 한쪽 방향만 쓰니까 조금 불균형하게 되는 것 같아요. 머리를 많이 쓰고 수 싸움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데, 시작할 때 장비 가격이 많이 들어 진입 장벽이 높은게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원: 하은이는 취미 생활이 있나요?
하은: 저는 어려서부터 뛰어 노는 것을 좋아했고, 특별히 공으로 하는 운동, 축구를 좋아해요. 지금은 공부하느라 할 기회가 별로 없고요.
민성: 아, 저도 축구 정말 좋아해요. 어젯밤에도 공부하다가 동생과 축구를 했어요. 웹진 아버지가 보시지는 않겠죠? 진서는 취미가 특별하지 않나요?
진서: 저는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을 주로 보면서 지내고 있어요.
청년부에도 운동 좋아하는 교우들이 많으니 체육대회를 준비해야겠네요. 청년부에서 두달 째 생활하고 있는데 소감 한마디씩 부탁해요.
진서: 생각보다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좋았어요. 그리고 중고등부때와 다른 점은 예배 후 소모임을 통해 말씀을 나누는데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는 것 같아 도전이 되요. 아직은 이해하기에 어렵고 그래서 말을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좋은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신우회때처럼 노는 시간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작년에 매월 첫째 주 문화활동을 진행하다가 참여자가 많지 않아 진행을 못했는데, 올해는 적극적인 참여 부탁합니다.
진서, 하은, 원, 민성: 너무 좋아요.
하은: 저는 중고등부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해야할까요? 수련회도 그렇고 예배 분위기도 저에게는 새로운 느낌이라 좋아요.
원: 저는 중고등부 생활을 중학교 1년 밖에 제대로 하지 못해서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다시 막내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중고등부 때는 선생님들이 계셨는데 이제는 스스로 알아가야 한다는 것이 또 색다르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문화활동 할 때 꼭 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민성: 고3때 수험생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어요. 이전에는 부모님이 가자고 해서 간다거나, 교회에 놀러간다는 느낌이 많았는데 교회가 힘들 때나 불안할 때에 힘이 많이 되어 주었어요. 앞으로도 청년부에서 그런 마음을 나누고 싶어요.
받은 위로와 힘을 이제 나눌 수 있는 민성이가 되기를 함께 기도할게요.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과 청년부에서의 각오를 말씀해주시고, 언니오빠들에게 하고 싶은 말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원: 수능 만점을 목표로하고 있습니다. 꿈은 항상 크게 갖는것이니까요. 저는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에 가서 F1에 가는 것이 꿈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밀린 신앙생활을 잘 정산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교회에 나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를 보시면 반갑게 반겨주세요.
민성: 저도 올해는 만족하는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요. 원이가 연세대학교를 말했으니 저는 고려대학교로 하겠습니다. 로스쿨로 갈 계획이라 전공은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올해는 입시 때문에 많이 못 나올 수 있지만 최대한 성실하게 잘 나오려고 합니다. 제가 열심히 나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하은: 저도 재수를 결정해서 대학 입시가 가장 중요한 일이고요. 화학공학이나 생물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청년부 예배에 빠지지 않고 매주 나오면서 신앙생활을 잘 하려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진서: 저는 딱히 계획은 없습니다. 중고등부 예배는 지각을 자주 했는데, 청년부 예배는 오후니까 잘 나오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이번 호 ‘경청을 경청하다’는, 신입생 교우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총 여섯명의 교우들이 청년부에서 신앙생활을 함께 합니다. 박진서, 전하은, 하원, 하민성 교우가 인터뷰에 함께 했으며 임주미, 한규현 교우가 청년부와 함께 합니다. 중고등부를 졸업하고 이제 청년의 시기를 시작하는 교우들이 청년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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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웹진 인터뷰에 대학교 OT 참석으로 함께 하지 못하셨는데,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규현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 꿈이 과학자였고, 그 꿈이 변하지 않아서, 고등학교도 대구과학고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서울대학교 첨단융합학부에 입학했습니다. 실제로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 자기 적성에 맞지 않아서 재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저는 꿈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생활은 어땠나요?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나요?
학교는 2주에 한 번씩만 외출이 허용되어서, 격주로 외출을 하면 놀기 바빴어요. 제 또래 남자들이라면 좋아하는 돈가스나 제육덮밥을 즐겨 먹으면서요. 대구에서 서울이 가까운 거리도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교회와는 조금 멀리 지내게 되었어요. 학교에서는 통기타 동아리 활동 했습니다. 잘 치는 것은 아니라서 연습한 곡만 치는 정도입니다.
전공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있나요?
저는 반도체 분야의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이제 신입생이니 갈 길이 멀지만, 군대도 다녀오고 졸업 후에는 유학을 가고 싶어요.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고 싶은데, 그렇게 계획을 세운 이유 중에 하나는 제가 NBA(미국프로농구)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 팬인데,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아 아쉬워요. 보는 것만큼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날이 추워서 요새는 잘 하지 못했네요.
청년들과 같이 농구도 하면 좋겠네요.
네. 그런데 제가 친해지면 말도 많이 하는 편인데 낯가림이 있어서, 먼저 다가와주시고 말도 걸어주시면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요. 깊은 이야기들은 앞으로 나누도록 하고, 청년부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목표나 다짐 같은 것이 있다면 들려주시겠어요?
음. 그냥 성실하게 신앙생활하자! 잘 부탁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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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모두가 먹고, 마시고, 오래 살 수 있는 미래
이제현 교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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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께서 내게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이라는 주제로 내가 곧 4개월간 가게 될 모로코 봉사활동에 대해 글을 한 편 써달라는 부탁을 하셨을 때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가 이번 봉사를 ‘나만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디딤돌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봉사단원으로서 협력국의 경제 개발이나, 지역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보다, 나의 역량 개발이나 경력 개발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나에게 실망했지만, 이 생각을 통해 내가 왜 애초에 이 분야를 꿈꾸었고, 내 미래가 그들의 미래와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이 분야를 꿈꾸며 했던 고민과, 내가 준비하고 싶은 미래를 이 글을 통해 공유하고 싶다.
생각 1. 공의로우신 하나님과 부조리한 세상
‘신은 공평하시다’는 말이 있다. 보통 어떤 일에 탁월한 사람이 다른 일에는 그렇지 않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분명히 신은 공평하시지만, 저런 때 쓰는 건 틀린 적용 같다. 우리가 보는 상황으로 하나님을 판단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전능함을 미뤄두셨기 때문에, 우리의 세상에는 불공정이 존재한다. 만약 우리 눈앞에 있는 아주 작은 상황이 공정해 보인다고 해서 신이 공정하다고 한다면, 부조리가 가득 찬 상황을 목격했을 때는 신이 부조리하다고 해야 하겠지만, 우리가 무엇을 보던지 하나님은 공의로우시며, 우리를 사랑하신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았을 때, 세상의 부조리함이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의 부조리함은 허무주의의 증거가 아니라 기독교인이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조리함이 무엇인지조차 정의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시대인데, 내가 함부로 부조리함을 정의할 수 있을까?
생각 2. 먹고, 배우고, 오래 살 수 있는 자유
그러한 고민에 대한 실용적 해답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개발경제학에서 찾았다. 1998년 동양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개발경제학자 아마르티야 센은 기존의 철학자들이 오랫동안 논쟁하던 이상적이고 절대적인 정의론에서 탈피해 현실의 ‘해결 가능한’ 불공정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의에 대한 실용적 접근인데, 해결가능한 부조리를 제거하면서,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이 삶에서 누리는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이 진정한 빈곤 해소라고 주장한다. 많은 사람들을 골치 아프게 한 ‘트롤리 딜레마’같이 현실의 빈곤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두고 싸우기보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아동노동의 현실을 개선하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이다. 즉, 사상이 어떻고 정의가 어떻고 하는 문제는 모두 결국 먹고사는 문제를 포함해 개인이 삶에서 누리는 선택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철학을 벗어나 경제적으로 보자면, 어떤 정책이 국가의 국민소득총계는 향상시키나, 민중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면, 그것은 올바른 정의나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 센의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경제개발정도는 1인당국민소득만으로 책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센의 영향을 받은 유엔의 경제개발 척도 ‘인간개발지수’는 경제개발의 수준을 1인당 국민 소득 뿐만 아니라 교육수준과 건강수준까지 모두 합산하여 계산한다. 거기에 인간개발지수의 불평등한 분포까지 계산한 여러 지표들도 센의 영향을 받아 등장했다. 센의 시사점은 어떤 정책이 경제개발을 위해 옳은지 옳지 않은지 판단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정책으로 몸과 마음의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더 건강해질 수 있는지, 더 교육받을 수 있는지 또는 반대로 더 빈곤해 지는 사람은 없는지 판단하라는 것이다.
생각 3. 이상과 현실의 모순
이와 같이 현실의 부조리를 개선해고 싶다는 고민과 어떤 것이 내가 개선해야 할 빈곤인가 하는 고민들을 따라가며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에 대한 나름의 정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나는 겁이 많은 편이라 정말 효과가 있는 일들을 하는 NGO에서 일하겠다는 용기는 쉽게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공적 자본이 많이 투입되어 안정적이지만 현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공공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이 많아졌고, 그래서 KOICA와 같은 기관에 관심이 생겨 이번에도 KOICA에서 주관하는 기회로 모로코에 가게 되었다.
모로코는 인간개발지수에서 하위권에 자리한 국가인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남성의 3분의 1이 되지 않고 정치적 자유가 굉장히 제한되는 왕정국가이다. 이슬람 국가들 중에서는 비교적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는 편이지만 아직까지 보수적인 사회-경제 구조가 존재하는 곳이다. (보수적인 사회-경제 제도는 많은 경우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곳에서 세계시민교육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세계시민교육은 서구적 인권에 굉장히 관련이 깊은 교육이다. 그런데 또 내가 가는 기관은 왕정의 지원을 받는 기관이기에 사회 문제에 관해 봉사자들의 발언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내가 왜 가는지 나도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많은 모순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모로코로 떠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또 내가 함께하는 팀원들의 자유분방한 모습, 그리고 우리가 교재로써 가져갈 한국 문화와 세계 문화의 다양성이 그곳의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조금이나마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그 새로운 영감이 모로코 사람들에게 더 포용적이고 새로운 미래로 이어지는 데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모로코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남녀에 상관없이 앞으로 더 오래살고, 더 오래 배우고, 더 좋은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내가 준비하는 미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결론 맺자면, 조금 불안정하고 조금 모순적이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이 준비하는 미래와 작은 부분이라도 함께하기를 바라는 아주 실낱같은 이상과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에는 이 길이 하나님께서 노여워하시지 않는 길이기를 희망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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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시절 수업 과정으로 인도에서 한 달 간 머무르며 공부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일하러 가는 길 곳곳에 놓여진 작은 신전들과, 일상 속에서 그것들이 보일 때마다 잠시 멈춰 기도하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로마서에 나오는 ‘너희의 삶을 산 제사로 드리라’는 말씀을 정말 글자 그대로 삶으로 가져온다면 저런 모습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하며 저의 일상의 모습과 일상 속 예배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치열하게 신앙생활을 해왔던 대학생 시절을 지나, 어느덧 1인분의 몫을 해내는 성인이 되어 일도, 관계도, 삶도 어느정도 익숙해졌다고 느꼈을 무렵 마주하는 모든 일에 하나님의 도우심과 동행을 구하던 간절함은 점점 흐려져가고 해야하는 일과 삶에 치여 기쁨과 감사 없이 꾸역꾸역 견뎌내며 살아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많이 지쳐서 어디론가로 훌쩍 떠나 조용히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질 때쯤 청년부 수양회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수도원에 대한 궁금증으로, 또 그 다음에는 ‘비움‘이라는 주제가 와닿아 망설임 없이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에 새롭게 등록해서, 일이 바빠서, 청년부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못해서… 등등 망설여 지는 이유들도 많았지만 사실 그보다는 어느덧 흐릿해져버린 제 삶의 예배의 모습을 회복하고, 나의 시야와 마음을 가리우는 삶의 무게들을 조금은 덜어내고 온전히 나라는 사람과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수양회의 일정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간결하고 본질에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오랜시간 대형교회에서 대학부를 다니고 섬겼던 입장에서 수양회는 너무 좋은 은혜의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긴 시간의 설교를 듣고 그걸 소화해내기 바쁜, 오히려 조금은 소진되기도 하는 자리처럼 느껴졌는데 이번 케노시스 수도원에서의 시간은 그저 ’복음’이라는 주제 하나로 나는 이 복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내고 있나를 투명하게 비춰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하루에 3번 잠시 모여 기도하는 기도시간은 시간이 길지도 않고 기도문도 정해져있어 부담없이 와서 예배드릴 수 있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반복해서 읽는 정해진 기도문이 매일 새롭게 다가오며 기도문의 문장 하나하나에 온 마음다해 아멘을 외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워낙 많은 일을 병행하며 불안정하고 불규칙한 프리랜서 생활을 하다보니 사실 이렇게 길게 시간을 뺄 수 있는 날들이 얼마 없고, 수양회가 끝나면 바로 그 다음 주부터 새로운 프로그램 번역을 위해 주말없이 출근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수양회 때에는 아무런 마감도, 일정도 없어 갈 수 있었음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수양회에 가서도, 매일 출근을 하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도 한 템포 멈춰서서 이 일을 무엇과 누구를 위해 하고 있고, 여태까지의 이 여정을 온전히 이끌어주시고 제 모든 필요를 채워주시는 이가 누구인지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 이 시간이 허락되었음에 참 감사했습니다. 하루에 세 번, 멈춰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께 주권을 올려드리는 그 시간처럼 이번 수양회가 저에게는 일상 속 잠시 멈춰서서 다시 0점을 조정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주시는 이도 하나님이시요, 거두시는 이도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며, 수양회에서 배운대로 자발적으로 자신과 삶의 주권을 끊임없이 하나님께 올려드리기를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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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브스턴스>는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스파클은 노화를 거부하며 미지의 약 ‘서브스턴스’를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그녀에게는 또 다른 나, 수(Sue)가 생긴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태어난 수는 엘리자베스가 갈망하던 완벽한 모습을 구현한 존재였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주종 관계가 아닌, 매주 몸을 교체해야 하는 기묘한 공존의 형태로 유지된다. 수가 더 오래 몸을 차지할수록 엘리자베스는 급격히 노화하게 된다. 이 관계를 통해 영화는 여성의 자기 혐오와 젊음,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인물의 관계가 결국 파국을 맞이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관객은 엘리자베스와 수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집중하게 되고, 지나간 장면에서 다른 선택이 가능했을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이들이 함께 행복해진다는 선택지는 없었을까? 무엇이 그녀들의 행복을 막았는가? 하고 말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의 신체를 관음적으로 훑으며 엘리자베스와 수를 대비시킨다. 카메라는 그녀들의 가슴, 허리, 엉덩이를 대조하며 강조하고, 노화한 엘리자베스를 점점 ‘패배자’로 몰아가며 존재를 지워버린다. 그렇게 엘리자베스의 몸은 불빛 하나 없는 차가운 독방에 방치되며 마치 짐짝처럼 취급된다. 반면 수는 점점 더 인정받고, 유명세를 얻으며 세상의 주목을 받는다.
젊고 아름다운 수에 비해 본인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 엘리자베스는 원형인 자신 또한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얻고자 우연히 만난 옛 친구에게 연락하게 된다. 기대와 설렘으로 만남을 준비하였으나 그녀는 창밖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수의 전광판을 의식하여 결국 밖으로 나서지 못한다. 그녀가 밖으로 나가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만약 두려움이라면 어디서 온 두려움인가, 그녀가 진정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일지 우리에게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한다.
<서브스턴스>는 대사가 많은 영화가 아니다. 대사보다는 조용한 연기와 감각적인 장면을 통해 상황과 주인공의 감정을 표현한다. 다른 영화에 비해 적은 대사들이 어디에 쓰이는지 아는가? 영화 속에서 들려오는 몇 안 되는 목소리들은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더 어려야 해, 더 섹시해야 해”, “50대가 되면 끝나요”, “예쁜 여자는 언제나 웃어야 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뱉어지는 평가의 말들은 여성에게 가혹한 기준을 강요하는 사회의 잔혹함을 보여준다.
영화를 보며 안타까웠던 것은 수가 엘리자베스를 배척했던 프로듀서, 엘리자베스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여성에게 폭력적이었을 프로듀서 하비를 찾아가, 다시 그의 인정 아래 영광을 누리려 하는 모습이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이들에게 다시 기대게 되는 이 업계 혹은 사회의 구조는 너무도 얄궂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온 사방에 자신의 피를 흩뿌린다. 그녀가 받은 외모지상주의와 여성 혐오의 세례를 방청객들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듯한 강렬한 장면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엔딩 장면에서 새로 생겨난 수가 단순히 무너진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해방된 존재로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만약 수에서 분리된 존재가 괴물로만 여겨진다면, 우리는 다시 정상/비정상, 아름다움/추함이라는 구도 속에서 길을 잃게 될 것이다. 이 모든 틀을 깨고, 그 존재조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진정한 해방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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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부터 짝수달에 발간된(창간호만 3월) 온라인 소식지 <웹진1330>이 어느덧 한 바퀴를 돌아 일년이 되었다. 1주년을 맞이한다는 것은 그렇게 겨울이 가고 또 다시 봄이 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호승 시인의 봄길이라는 시를 보자.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떨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 스스로 사랑이 되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무엇보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타인을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사랑이 되었고, 한 없이 봄길을 걸어갔던 사람이 바로 우리 주님이 아니셨을까? 그리고, 그런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겠다고 결단하고 교회를 세워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겨우내 멈췄던 강물이 다시 흐르고, 앙상한 나무 가지에 새순이 피어나는 봄이 오고 있다. 특별히 청년의 시기를 보내며 기다리는 봄은 지난 해 경험한 실패와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동시에 새로운 꿈과 소망으로 열정과 희망의 마음을 품고 출발선에 서는 청년들에게 봄은 아무런 대가 없이 받는 선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같은 마음으로 봄이 주는 생명력을 기대하며 기지개를 펴야할 이 시간이 적어도, 그리고, 아주 솔직히 나에게는 시인이 노래하는 봄길을 걷는 사람처럼 그리 낙관적이고 희망적이지는 않다. 기아 타이거즈 야구팀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김응용 감독이 남긴 말이 있다. 투타(투수와 타자)의 핵심이었던 선동열과 이종범이 일본 프로야구로 떠나자,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라며 팀의 전력이 약화된 것을 푸념섞인 말로 전한 것이다. 조용하게 경동 청년부에 들어와 함께 웃고, 울며 지내던 교우들이 믿음과 사랑과 소망의 흔적만 남긴 채 또 조용히 떠나는 시기이다. 오랜기간 기도로 준비하던 유학길을 오르기 위해 교회를 떠나는 교우들이 있다. 학업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본가로 돌아가는 교우도 있다. 청년이라는 인생의 소중한 시기에 더 많은 경험과 배움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길을 떠난 교우도 있다. 군 복무를 위해 잠시 우리 곁을 떠난 교우들의 얼굴이 유난히 그립다.
함께 삶을 나누던 교우들이 이렇게 하나 둘 떠날 때마다 이들의 앞길을 위해 기도하며 응원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살을 에는 것 같은 서운한 마음이 어찌 목회자인 나에게만 있을까 싶다. 한 자리씩 채워가는 기쁨과 감사의 탑 높이만큼, 서운함과 때로는 아픔의 높이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런 마음이 교차하는 것도 우리가 분명 주님의 몸된 교회를 세우며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던 지짓대여서였다고 웃음을 지어본다.
떠나는 자들의 입장에선 남겨진 자들도 있는 법이다. 경동 청년부에 남아 있는 우리 모두가 또 누군가의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또 누군가를 위로하는 삶을 살아낼 수 있도록 더욱 하나 되어 단단해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가 경동에서 배우고 익힌 신앙으로 세상에 봄길이 되어줄 수 있다면 ‘어디에서나 경동’으로 살아가는 것 아닐까? 경동을 나눈 모든 청년들이 어디에서나 봄길을 만들어가는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되길 기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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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교회를 위해 기도해요🙏
중동과 우크라이나, 아프리카 등 전쟁의 아픔이 있는 곳에 하늘의 평화가 있기를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일에 중지를 모을 수 있기를
서로를 위로하고 하나님 사랑을 세상에 전하면서 예수님 모습을 닮아가기를
일터와 학교에서 수고하는 교우들, 슬픈 마음이 있는 교우들과 주님께서 함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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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청소년 문화 멘토링
2024.12-2025.01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난민청소년들과 문화 멘토링을 진행했습니다. 20여명의 서울노회 소속 청년들과 다양한 국적의 난민 청소년들이 참여했으며, 청소년들이 원하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청년 교우들이 도우며 그들의 삶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2025년에 2기 활동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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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
청년부 예배 후 진행되는 소모임 그룹을 재편성 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연령별 그룹으로 평소에 가깝게 지내지 못했던 교우들과 말씀과 믿음을 나누는 자리를 갖았는데, 2025년부터는 나이순으로 재편성해서 진행합니다. 소모임을 통해 믿음이 더욱 깊어지며, 믿음을 실천하는 용기와 지혜를 함께 잘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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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2.
여섯 명의 신입생들이 중고등부를 졸업하고 청년부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공동식사 후 미래를여는방(선교관5층)에서 자기소개와 이동빙고게임을 진행했는데, 진진가(진짜진짜가짜)로 진행된 자기소개를 통해 그동안 잘 몰랐던 교우들이 서로를 배우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친교의 기쁨이 세상에 사랑을 나누는 곳까지 이어지게 되길 바라며, 신입생 교우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격려와 응원을 나누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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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수련회
2025.2.7.-2.9.
비움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2박 3일간 케노시스 수도원에서 겨울수련회를 진행했습니다. 21명의 교우가 참석했고,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도 잊지 말고 살아야 할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려서 걱정을 했는데 큰 어려움 없이 계획한대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기도와 후원해주신 교우 여러분들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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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강민희 오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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