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교회 청년부에서 격월 발행하는 소식지입니다 =) 웹진 1330
2024년 10월호
사람이 율법의 행위와는 상관없이
믿음으로 의롭다고 인정을 받는다고 우리는 생각합니다. (롬 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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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개 논제를 문에 붙이는 루터 (Ferninand Pauwels)
출처: Wikiped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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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청년을 경청하다|남영신·박준희 교우
- 에세이|교회학교는 아이들만을 위한 곳일까? (김무늬 교우)
- 에세이|저 장미꽃 위에 이슬 (오세한 교우)
- 후기|중고등부·청년부 연합예배 후기 (송하나 교우)
- 10월의 책 소개|한글날 특집 주제: 단어 (강민희 교우)
- 목회 서신|종교개혁 기념일을 맞이하며 (강승구 목사)
- 청년부 소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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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정: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해주세요.
영신: 저는 남영신이고 경동교회 다닌지는 4월부터 다녔으니까 6개월 정도 되었어요. 매주 나오는 편은 아니고, 준희는 매주 가는 걸 좋아하는데 저는 ‘한달에 한번만 오면 된다’ 주의여서 약간 적절한 타협을 통해서 3주에 한 번씩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준희: 저는 박준희고요, 지금은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회사원입니다. 새로 들어간 회사에 적응하며 살고 있고, 최근에는 (영신이와) 같이 허브를 사가지고 키워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효정: 좋은 취미를 가지고 계시네요.
영신: 저희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양식이나 동남아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까 관상용이 아니라 바질, 고수 이런 먹는 용도로 샀습니다.
효정: 경동교회를 다니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준희: 제가 포항에서 살다가 서울 올라와서 다닐 교회를 찾고 있었는데, 최재천 교수님이 교인이셨다는 글을 읽고 찾아봤는데 역사와 내용이 너무 흥미로워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와보고 나서 이 교회가 맞는 것 같다고 결정을 내렸어요. 그때는 다른곳에 살고 있었고 (지금은 거리가) 많이 멀어지긴 했는데 최대한 나오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효정: 다니다 보니 실제로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영신: 전 이 포맷이 엄청 새로워요. 근데 제가 친구들을 데리고 온 적 있는데 친구들은 오히려 전통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원래 이런 포맷을 교회에서 가지고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새교우 등록을 하고 이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저도 준희도 그렇고 모태신앙 가정에서 자랐어서 새교우 교육을 들어가는 게 처음인 거예요. 이게 되게 신기하고, 온 목적이 다 다른걸 느꼈고 교회에서 재사회화가 된 것 같아요.
효정: 확실히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라왔다 보니까 교회를 다시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되게 오랜 기간 동안 교회를 쉬다가 나온 케이스거든요. 원래도 교회를 다니시다가 맞는 교회를 찾아 오신건지 아니면 교회를 쉬시다가 다니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영신: 저는 원래 준희랑 같은 교회를 포항에서 다녔는데 재미있게 다녔어요.
준희: 대학교 때 설렁설렁 다녔던 교회였는데, 졸업할 때 다 돼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면서 교회를 계속 가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영신: 포항에서 옮겨서 서울로 와서 교회를 다니는 게,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수순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효정: 신앙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이랑 문제가 있었을 거라 생각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극복을 하셨을까요?
영신: 저는 여전히 신앙의 여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주류적인 신앙을 다졌다면 지금은 훨씬 더 자유로운 방향을 향해 가는 것 같아요.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극복을 할 무언가로 여겨지지 않을까 싶어요.
준희: 지금은 우선 삶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해서요.) 물론 교회에서 위로받는 것은 있겠지만 저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크게 위로받지 못하는 것도 있고... 근데 뭔가 자신이 깨질 때? 오만함을 버리는 순간이 찾아올 때는 하나님을 다시 찾고 겸손해지고요. 근데 요즘은 예를 들어서 차별금지법 반대나 (반대하는) 교회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든 청년들도 있죠. 저는 특별한 계기로 다른 교회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그런 설교들을 들으면 교회를 다니고 크리스천이 되는 현실에서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건 그냥 아직 품고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효정: 교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가치관은 무엇인가요?
준희: 교회에서 평화, 정의, 청년 운동을 하잖아요. JPIC. 그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교회라는 공간 외에 말할 수 있는 곳도 별로 없는 것 같고요. 뭔가 사랑과 평화, 정의를 얘기하면 만화적이고 오글거리기도 하는 표어들의 조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만큼 이게 너무 중요한 가치들인 것 같고 교회라는 공동체가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신: 제가 느꼈을 때는 교회들이 엄청 다양하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다 다른 것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모든 교회가 저희 교회처럼 할 수 없잖아요. 각자 가지고 있는 다른 장점들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준희: 근데 오늘 아침에 든 생각인데, 이번주 내내 북한군 소식 들으면서 세계에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 혹은 리더들이 이렇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차원에서 평화가 점점 중요해지는 오늘날인 것 같아요.
영신: 저는 사실 우리 교회에서 은근히 새로운 게, 교회에서 평화가 엄청 중요한 가치로 이야기되는 거예요. 그렇게 하는 곳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평화의 왕 이런 찬양을 부르지만, 기독교역사도 그렇고 우리나라 기독교 지형을 봐도 그렇고 평화랑 먼 종교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준희: 맞아요.
영신: 그래서 평화를 교회들이 함께 말하자고 하는 이유를 아주 잘 쌓을 수 있어야 되거든요. 왜냐하면 기독교는 진리전쟁을 해왔잖아요. 어떻게 보면 계속 평화에서 멀리 있을 수 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사회적 문제들도 마찬가지고... ‘평화’라고 하면 많은 장로교나 통합측에서는 진리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평화를 어떻게 사실 이해하고 설득해 나갈지도 (어려운 것 같아요.)
효정: 평화를 실천하고 실행해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영신: 맞아요. 동의를 하고 합의를 할 수 있는 지점이 적은 느낌.
효정: 각자의 입장 차이도 많이 나고 그래서 어려운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청년부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 것이나 바라는 점이 있으실까요?
영신: 저희를 인터뷰이로 삼아 주셔서 감사해요.
준희: 수련회 때 느꼈는데, (청년부엔) 비슷한 사람들이 없는 것 같아요. 청년부 안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있는 것 같고, 같이 뭔가를 하는 것들이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모습이 잘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효정: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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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교회학교는 아이들만을 위한 곳일까?
직접 경험해봤습니다.
글ㅣ김무늬 교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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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성경학교 중 연극 대사를 직접 적은 1학년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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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앉아있으면 돼요.” 추운 겨울날 방어를 먹으려고 웨이팅 하는데 강승구 목사님에게 대뜸 전화가 왔다. 교회학교 선생님 할 생각 없냐는 전화였다. 모태신앙으로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선생님으로 봉사한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 없다. 우선 이직한 회사에 적응해야 하는 핑계를 대며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렸다. 마침 새로 출근한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안되겠다고 거절 의사를 전달했지만 몇 번이고 연락을 주셨다. 문득 해야 하는 건가? 다시 교회 생활 열심히 하라는 신호인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사님에게 연락했더니, 이미 내가 할 줄 알고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고 하셨다. 목사님은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으신 걸까?
본래 일요일에는 오전 내내 침대에서 뒹굴다가 오후에는 힘이 나면 청년부 예배를 나갔다. 이제 교회학교 선생님이 되었으니 일요일 아침이 부담이 되었다. 1월 첫째 주 일요일, 겨우겨우 예배 시간에 맞춰 갔다. 아이들도 많고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쭈뼛대다가 예배가 끝나고 겨울 성경학교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 난 분명 일주일에 한 번, 앉아있기만 하면 된다고 들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교사실에 모여서 겨울 성경학교를 준비했을 때의 감정 상태가 아직도 기억난다. 이런 이야기는 없었잖아!와 같은 억울함으로 가득했다.
어린이부는 선생님들끼리 돌아가면서 기도와 인도를 맡는다. 교회를 다니기만 했지 개인적인 기도조차 어색한데, 예배 대표 기도를 하라고? 해보지도 않고 걱정만 많이 하는 나로서는 기도 준비가 힘들었다. 몇 번이고 고치고 고쳐서 기도를 맡았다. 긴장되어서 기도하기 급급했지만 놀랍게도 뒤에서 들리는 아이들의 아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 그 다음주에도 나가서 기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찬양 목소리는 더 중독성이 있다. 주중에 힘들 때 며칠만 지나면 아이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 나를 게으르고 악한 종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님께서는 매주 교회에 출석하고 계절 성경학교까지 나가는 모습을 보고 강승구 목사님을 왕으로 모셔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성경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는데 어린이부 선생님을 맡는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어린이부 예배는 쉬운 언어로 설명을 해주니 딱 내 눈높이 맞춤이다. 덕분에 성경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이번 여름 성경학교 때에는 하나님이 즐거워하실 만한 것이 예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예배는 삶 속에 있다는 것이다. (예배에 도움이 된다면 침착맨도 예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아셨나요?) 부끄럽지만 성경이 구약 39권, 신약 27권으로 이뤄진지도 몰랐다. 구약의 마지막 장이 말라기인지도 몰랐다. 교회 끝나고 집 와서 엄마 말라기가 뭐야? 라고 물어봤다가 또 다시 게으르고 악한 종 보듯 나를 보셨다.
교회학교에 봉사하기 전에는 왜 힘들게 교회 봉사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힘듦보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을 교회학교 봉사하면서 깨달았다. 물론 힘들기도 하다. 1,2학년 아이들은 아직 에너지를 주체를 못 한다. 설교 시간에는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것과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것도 모른다. 장난치려는 마음은 전염성이 강해 한 명이 장난을 치면 친구들 전부 난리가 난다. 그런 날에는 교회 점심이 유독 맛있다.
놀랍게도 이 글은 어린이부 동참을 독려하려는 글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동안 앉아 있기만 하는 일은 아니다. 겨울, 여름 성경학교도 있고 이런저런 부대 활동들도 있다. 하지만 좋은 선생님들과 함께해서 즐겁고 아이들의 성장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는 생각에 은근히 뿌듯하다. 올해 겨울과 여름 성경학교에 아이들이 직접 연극 무대를 준비했다. 겨울 성경학교에는 연극을 하기 싫어서 대사가 없는 동물 역할을 했던 친구가 여름에는 주인공 역할을 하며 무대를 휘어잡았다. 몇 개월 사이에 어린 친구의 행동과 태도가 성장한 것을 보며 뭉클했다. “희망이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거죠?”와 같은 질문을 들으며 힘을 내기도 한다.
어린이부 선생님이라고 말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겨울 성경학교에서 야식 먹을 준비하는데 아무도 안 먹길래 “왜 안 먹어? 선생님 먼저 먹을게!”라고 말했다가 모두가 목사님 기도를 기다리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다. 그때 어린이부 친구가 “교회학교 선생님 맞아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외에 어린이부 친구들과 있었던 재밌는 이야기 몇 개 공유한다. 언제는 배꼽 보이는 옷을 입었는데 (의도한 거 아님) 2학년 친구가 춥다면서 손수 내 바지를 들쳐 올려 바로잡아줬다. 명심하자. 아이들 앞에서는 춥게 입지 말자. 여름 성경학교 때 워터파크를 갔는데 1학년 친구가 너무 신나서 “역시 교회는 너무 재밌다니깐!”라는 말을 했다. 괜히 뿌듯했다. 이 친구들이 교회 공동체에서 느끼고 배운 이웃 사랑을 넓은 세상으로 전파되길 바란다.
교회학교, 특히 어린이부에 관심 있는 교우가 생기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한다. 맛있는 거 많이 사줘요! 와 같은 1차원적인 말로 관심을 사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이제 신앙생활을 진지하게 해보려는 교우들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더 깊이 있는 신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유치부나 중고등부 선생님은 많아요!! 어린이부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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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수근이 설계한 경동교회 본당은 우리 교회의 자랑 중 하나다. 우리 교회 홈페이지에서는 "깊은 감동과 영적 울림을" 주며, "한국 교회사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의미 있는 공간에서 예배하고 친교할 수 있다는 건 참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휠체어를 타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과 함께 예배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교회'가 된다면 그 기쁨은 배가 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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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장미꽃 위에 이슬>이라는 찬송가를 정말 좋아한다. 장미꽃 위에 아직 이슬이 맺혀 있는 고요한 새벽에 주님의 음성을 들으며, 우리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주신 주님과 동행하면서 홀로 누리는 기쁨을 고백하는 아름다운 노래다. 내가 이 찬송가를 유독 아끼는 이유는 마지막 절에 있다. 주님의 임재를 체험한 그는 그 감격 안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고, 밤이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단둘이 있으려 한다. 그러나 주님께서 괴로운 세상에 할 일이 많으니 그에게 가라고 명하신다는 고백이 마지막 절의 내용이다. 이처럼 ‘하나님과의 관계를 통한 삶의 변화’라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요체를 보여주는 곡이다.
건축가 김수근의 역작인 우리 교회의 본당도 '관계와 변화'라는 신앙의 핵심을 잘 담아내고 있다. 하나님과의 코이노니아를 위해 소집(ecclesia)된 교회 공동체는 본당 정면에 걸려 있는 십자가를 마주한 채 하나님을 경배한다. '예배'라는 하나님과의 코이노니아를 통해 변화된 우리는 여러 개의 십자가가 그려진 스테인드글라스를 지나며 이웃과의 코이노니아를 위해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고 세상에 파송된다.
예수님께서 생각하셨던 하나님 나라는 죽어서 가는 천당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통치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선포하셨으며, 마지막 날에 하나님의 계획이 완성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직접 보여주려고 하셨다. 그날이 오면 죽은 자가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나고, 슬퍼하는 사람의 머리에 재 대신 화관이 씌워지며, 진심으로 참회하는 죄인의 죄가 용서되고, 썩어 사라질 피조물들이 하나님께 입양되어 그분의 아드님과 같은 영광을 누린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리라고 기도하고 고백한다. ‘예수 따르미’들은 모든 것을 치유하시겠다고 약속하신 신실하신 하나님을 만나고, 그로 인해 변화되어 치유와 회복의 역사에 작게나마 쓰임을 받는 것이 참된 행복이라고 고백하는 사람들이다.
예수께서 하나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시면서 하셨던 일 중 하나는 장애와 질병이 있는 이들의 존엄성을 회복시키신 것이다. 날 때부터 시각장애가 있었던 사람을 두고 제자들은 그의 장애가 본인이나 부모의 죄 때문이냐고 예수께 묻는다. 고난을 죄에 대한 벌로 이해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그에게서 드러내시려는 것"(요 9:3)이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잠시, 장애를 장애로 만드는 것은 장애가 아닌 사회라는 장애학의 명제를 떠올려 본다. 하나님께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지으신 게 아니라 인간을 지으셨다. 그중에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도 있고,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도 있으며 지적 장애인도 있다.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그들은 신체적·정신적 특성과 무관하게 존엄하며, 특성이 장애가 되는 이유는 특성을 배제하고 차별하는 인간과 사회에 있다. 나는 19살에 라섹 수술을 받기 전까지는 안경이나 렌즈 없이 생활할 수가 없었는데, 안경이 없는 시대에 태어났다면 아마도 시각장애인으로 살았을 것이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가르는 경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화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떤 장애인들은 누군가의 손길 없이는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나는 어쩌면 그 ‘손길’을 통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들을 드러내시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하나님은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며 그를 돕는 또 다른 사람을 창조하셨다. 함께 살아가면서 누구에게 의존할지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 기꺼이 서로에게 손길을 건네고 도움을 부탁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허락하시고 권장하신 삶의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까. 장애인을 통해 하시려는 일을 드러낸다는 요한복음서의 난해한 말씀을 내 나름대로 풀어 보면서, 함께하고 싶은 일 하나를 제안한다.
몇 달 전 뉴스앤조이와 무지개신학교에서 진행하는 간담회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서울 중구 내 교회당들을 휠체어 이용자가 문제없이 접근 및 이용할 수 있는지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이를 계기로 내가 모르는 사이에 교회에서 예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 교회가 모두를 위한 교회가 되기 위해 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비슷한 생각을 해오던 청년들과 함께 ‘실로암’이라는 모두를 위한 교회 캠페인을 기획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교회 내 배리어프리 조사 및 장애인 인권운동가와의 만남, 북토크 등 여러 사업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분 한분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고 소중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시간과 마음이 허락한다면, 조금이라도 좋으니 가능한 만큼 참여해 주기를 기다려 본다. 조만간 『나는 내 몸에 대해서는 기도하지 않습니다』(에이미 케니)라는 책을 가지고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할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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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중고등부·청년부 연합예배 후기
글ㅣ송하나 교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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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중고등부 교사를 하고 있는 송하나입니다. 지난주인 10월 6일에 저는 중고등부 교사이자 청년부 교우로 중고등부•청년부 연합예배를 참여했습니다.
제일 처음 한 활동은 중고등부 신우들이 계획한 빙고였습니다. 기존 빙고와 방법은 같았지만,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는 질문들이 있는 빙고였다는 점이 기존 빙고와 차이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빙고에 적혀 있는 질문을 했고, 그 질문에 해당된다면 그 칸에 자신의 이름을 적는 방법이었습니다. 한 질문에 해당하는 사람이 중복되면 안 된다는 규칙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 칸을 채우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끝까지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는 청년부 교우들이 계획한 몸으로 말해요, 단어 이어 말하기를 했습니다. 몸으로 말해요 게임과 단어 이어 말하기 또한 조끼리 게임을 진행하였고, 웃고 떠들며 잘 마무리한 것 같습니다.
게임을 마무리한 후 조끼리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소그룹 대화를 했습니다. 하나의 질문에 맞는 카드를 골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라서, 내 생각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중고등부 교사이자 청년부 교우인 저는 중고등부와 청년부가 연합으로 갔던 오키나와 평화기행도 참여했었고, 실제로 중고등부 친구들과 청년부 교우들이 더 알아가고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중고등부를 졸업하고 청년부에 올라갔을 때 청년부에 아는 사람이 없어 예배 들어가기를 꺼렸습니다. 하지만 중고등부에서 알고 지냈던 오빠들이 있고, 다른 청년부 교우분들과 수련회를 다녀오면서 조금씩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중고등부 신우들도 저 같은 고민을 하고 청년부를 꺼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오키나와 평화기행과 이번 연합예배로 인해 그런 마음이 조금은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중고등부와 청년부가 연합으로 다양한 활동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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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다니는 어원사전』 (마크 포사이스)
영단어의 기원 추적기, 어원이 같은 서로 다른 뜬금없는 단어들과 생각지도 못한 어원을 가진 단어들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연결되어 있는 책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영어를 잘 하거나 또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입담 좋은 작가의 유머감각과 찰진 번역덕에 모국어가 아님에도 즐겁게 읽었던 책. 한국어판으로도 누가 좀 내주세요.
『매일 단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코리 스탬퍼)
유서깊은 웹스터 사전의 사전 편집자로 20년 넘게 일한 저자는 자신의 업무에서 일어나는 온갖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사전 편집자라고 하면 고루하고 깐깐한 이미지를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작가는 정말 유쾌하다. 단순하게는 단어의 정의를 쓰는 일부터 어렵게 정한 단어의 정의 때문에 독자들의 온갖 항의편지를 받은 일까지. 다 읽고나면 새로운 직업에 대한 시야가 트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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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서신
종교개혁 기념일을 맞이하며
글ㅣ강승구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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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간 울주에 다녀왔다. 울주는 울산광역시의 서부에 위치해 있으며 언양불고기로 유명한 언양이 울주군에 위치한다. 평소에 맛을 탐미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언양불고기를 먹으러 울주에 간 것은 아니다. 교회 부임 이전에 체중 관리를 한다고 시작한 건강달리기에 중독되어 여러 가지 운동을 하던 때 신청했던 대회의 유효기간이 올해까지여서 울며 겨자를 먹는 심정으로 울주에 다녀온 것이다.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UTNP)는 억새로 유명한 간월재를 포함하여 해발 1,000m 이상의 산 아홉 봉우리를 40시간 동안 달리는 종목 UTNP 9PEAKS를 비롯해서 일곱 개의 종목이 있었는데, 나는 그 중 short trail(40k)에 참가했다. 누적상승고도 2,780m를 12시간 안에 들어와야 완주메달을 받을 수 있는 대회이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거리, 시간, 높이를 나타내는 단위들이라 친숙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산을 달리는 대회인가보다 할 수 있겠지만 철저한 준비 과정 없이는 완주가 힘든 대회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생애 첫 DNF(DO NOT FINISH)를 경험했다. 첫 번째 체크포인트(8.8km 지점)까지는 동행한 집사님께 끌려가다시피 했지만, 두 번째 체크포인트(22.2km 지점)를 6km 정도 앞 둔 내리막길에서 주제를 파악하는 시간을 알차게 갖게 되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다. 목회가 바쁘다는 좋은 핑계거리가 있지만, 날린 다이어트 공수표가 몇 개던가! 아직도 내 자신이 하루에 50km를 뛰어도 멀쩡했던 젊은 날의 나라고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었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요행을 바라고 참가한 대회는 아니지만, 솔직히 한 이틀은 분해서 잠을 잘 못 잤다.
TMI라고 하는 교우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목회서신이 목사의 취미생활까지 낱낱이 고해바치는 공간은 아니지만, 이렇게 장황하게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는 까닭은 종교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이다. 종교개혁이라고 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1517년 10월 31일 독일에서 일어난 루터의 95개의 반박문을 떠올린다. 중세 로마 가톨릭 교회가 부패하고 타락하였을 때, 오직 성서(Sola Scripitura),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을 외치며 교회의 갱신을 위해 힘쓴 믿음의 선배들을 기억해본다. 우리는 존 칼빈, 얀 후스, 츠빙글리, 마틴 부처, 존 녹스와 같은 개혁자들의 후예이다. 구체적으로, 개혁교회의 장로교회라는 종교개혁 전통을 따르는 것이 우리들의 신앙의 자리이다.
종교개혁자들의 본래 의도는 새로운 교회 제도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서 교회를 새롭게 하려는 신앙운동이었을 뿐이다. 다만 제기된 개혁 프로그램들이 로마 가톨릭 교회로부터 거부되었기 때문에 독자적인 개혁교회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지금도 분열된 교회들을 연결하려는 노력들이 계속 되고 있다. 정리하면 우리가 서 있는 개혁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언제나 새롭게 신앙을 고백하며, 끊임없이 개혁하는 교회이다. 그리고 그것이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이루는 우리들이 걸어가야 할 믿음의 걸음이 되어야한다.
하루의 삶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허락해주신 생명과 무엇이든 도전 할 수 있는 건강과 재능, 패기와 젊음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생각해보자. 하나님의 말씀 앞에 ‘나’를 매일 세우고,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끊임없이 ‘나’의 자리를 되돌아보며, 말씀을 따라 늘 스스로를 새롭게 하려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말씀의 힘으로 이어가는 우리가 되어보자. 때로는 실패와 좌절이 우리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실망과 포기가 우리의 눈을 어둡게 할지라도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일어나자. 종교개혁은 어느 한 사람에게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 아닌, 여러분을 통해 현재도 진행 중인 신앙개혁운동이다. 이 믿음의 결단을 통해 신앙의 나인피크를 무사히 완주하는 여러분이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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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1. 중동과 우크라이나, 아프리카 등 전쟁의 아픔이 있는 곳에 하늘의 평화가 있기를
2.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일에 중지를 모을 수 있기를
3. 서로를 위로하고 하나님 사랑을 세상에 전하면서 예수님 모습을 닮아가기를
4. 일터와 학교에서 수고하는 교우들, 슬픈 마음이 있는 교우들과 주님께서 함께하시기를
5. 교회와 성도들이 겸손한 마음으로 회개하고, 하나님을 섬기며,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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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 기후정의행진 참가
2024.09.07.
907 기후위기행진, 교회학교 및 여러 교우분들과 잘 다녀왔습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피조세계를 위한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도록 인도해주시길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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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청년부 연합예배
2024.10.06.
중고등부와 청년부는 온전한 그리스도의 몸을 세워가고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실현해나가고자 함께 예배를 드리고 레크리에이션, 소모임 등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서로 힘을 합쳐 살아가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기쁨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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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주교좌성당 청년들의 방문
2024.10.13.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은 우리 교회와 20여 년간 교환예배를 통해 교류하고 있는 곳입니다. 주교좌성당 청년들이 우리 청년부를 방문해 장공채플실에서 함께 예배하고 소모임을 진행한 뒤, 카페로 이동해서 대화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냈어요. 이후 10월 28일에는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그리스도인 예배에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경동교회와 서울주교좌성당 청년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를 이루는 교회 일치 운동에서 귀하게 쓰임받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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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청소년 문화 멘토링 사전교육
2024.10.20.
경동교회 청년부와 아시아 평화를 향한 이주(MAP)가 국내 난민 청소년들에게 심리적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문화 멘토링을 겨울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리 청년부를 비롯해 기장 서울노회의 여러 청년들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0월 20일에 멘토들과 여러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난민의 바다로 들어가다"라는 주제로 김호 집사님의 교육을 들었고, 교육 후 함께 산책하다가 맛있는 저녁도 먹었어요. 이 사업이 함께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신앙을 행동으로 나타내며, 내적으로 성장하는 기회가 되도록 함께 기도해주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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