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교회 청년부에서 격월 발행하는 소식지입니다 : ) 웹진 1330
2025년 8월호
그러나 이제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너를 속량하였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사 4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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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청년을 경청하다|한성현 교우
- 해외생활 에세이1|혼란스러웠던 모로코에서의 교육봉사 (이제현 교우)
- 해외생활 에세이2|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전찬경 교우)
- 작가 소개|소설가 최은영 (강민희 교우)
- 맛집 기행|다정한 마음 (최예솔 교우)
- 목회 서신|순리대로 (강승구 목사)
- 청년부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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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경청에 어떻게 오시게 되었나요?
저는 지금 한세대학교 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그런데 신학대학원은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신학교인 한신대로 가야겠다는 마음이 생겨서요, 교단에 소속된 교회를 찾다가 경동교회로 오게 되었습니다.
경동교회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표교회를 검색하다가 경동교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위치를 확인해 보니 집에서 멀지 않아서 큰 고민 없이 오게 되었습니다. 청년부에 대한 정보가 많지는 않아서 걱정과 기대를 함께 가지고 왔습니다.
정말 아무런 편견 없이 오셨군요. 이제 온 지 2주가 되었는데 느낌이 어떠신가요? 그리고 평소 가지고 계시는 신학이나, 자라온 신앙의 배경과 어떤 차이들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가끔 농담으로 '나는 순복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해서 예장 합동과 통합교회를 거쳐 기장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에큐메니칼 신학의 산증인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요, 한국에서는 교단을 떠나서 정의, 평화, 생명을 강조하는 교회가 정말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독교 메시지의 핵심은 ‘정의, 평화, 생명을 속성으로 가지는 하나님 나라’라고 생각하는데요, 경동교회가 그러한 부분을 강조하는 교회라고 느껴져서 개인적으로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교회의 선포가 복음이 되려면 인간의 종교적 영역을 넘어서 총체적인 영역에 대한 해방을 선포해야만 하는데요. 한국교회는 개인의 내면적 신앙에만 머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의, 평화, 생명을 선포하는 경동교회가 달콤하게 다가옵니다. 교회력을 지키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새로웠습니다.
교회 청년부에 대한 기대는?
청년부에서 주도한 여러 활동을 들어봤는데요, 교회의 메시지와 어우러지는 활동들을 주체적으로 해왔던 것 같아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경동교회 청년부의 일원으로 함께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신학을 공부하고 있고. 신학자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제 분야에 맞는 역할이 있다면 기여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일단 과학과 신학의 대화가 제 신학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에 생명에 대한 담론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애굽의 압제에서 눌린 자들을 탈출시키신 해방의 하나님, 주류에서 배제된 사람들과 함께하신 환대의 예수님, 바른 창조-사회 질서를 회복해 가시는 보존의 성령님을 믿는 기독교야말로 사회적·정치적으로 약자들의 편에서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동교회는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사역을 많이 진행하고 있으니, 저도 교우들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하고 싶습니다.
소모임은 어땠나요?
제가 속해있는 소모임은 진지한 주제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룹이라서 좋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길 쉬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서요! 하하. 저만의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함께하는 교우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참 감사합니다.
취미는 설마 독서인가요?
하하하 네. 하지만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사실보다는 어떤 장르의 책을 읽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문학책을 많이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특히 젊은 작가님들의 책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 책들에서 다루는 공통적인 주제는 생명, 젠더, 과학, 사회적 약자와 같은 주제인데요, 이러한 현대적인 주제에 대해 한국교회가 배타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은 우리들이 성찰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고 있는 신학책은 해방신학자 혼 소브리노의 『해방자 예수』인데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편파적인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면서 약자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해방신학은 기독교인이 약자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사실을 일깨워주는 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개인적으로 해방신학에 관심이 많고, 교우분들도 관련 책들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겠네요!
청년부 안에서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새로운 공동체에서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큰 부담이기도 한데요, 잘 돌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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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즈음인가, 모로코에 파견되기 위한 교육들을 들으며 정신없이 웹진에 교육 봉사를 간다는 글을 쓰던 기억이 난다. 그땐 정말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에 대해 전혀 예상되지 않아 걱정이 가득했는데, 모든 활동이 끝나고 귀국 한지도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내가 모로코에 갔다 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곳에서의 기억과 감정이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더 사라지기 전에 파견지에서의 기억을 다듬고 정리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로코는 정말 혼란스러운 곳이었다.
내가 파견된 지역은 마라케시인데, 모로코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고,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다. 모로코 최고의 관광 어트랙션인 사하라 낙타 투어를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이고, 그렇기 때문인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하며 어울려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마라케시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고, 우리 팀원들은 어딜 가나 주목받았다. 그래서인지 온갖 인종차별을 겪었다.
“시노아!!” “니이이하오오” “칭! 챙! 총!” “(눈찢기)” “나는 너네 같은 동양인들을 택시에 안 태워” “고온니찌와!!!” “코로나~~~” 등 끝도 없이 생각나는 많은 인종차별적 장난과 공격을 받았다. 특히, 초등학생이 많은 지역이나 관광객이 많은 구역에서 많이 겪었고, 치안이 나쁜 곳에서도 많이 겪었다. 단원의 볼을 꼬집고 도망가는 중고등학생들도 있었고, 혐오 발언과 미터기 사기로 단원들과 시비가 붙은 택시기사도 있었다. 우리 팀을 따라오며 인종차별적 말을 쏟아내며 깔깔대며 행복해하는 중학생 무리도 있었다. 정말 심할 때는 3분에 한 번씩 다른 무리가 우리에게 위의 말들을 하며 지나갔다. 정말 웃겼던 기억이, 그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니하오”를 아주 아주 높은 톤으로 했는데, 그게 꼭 고양이가 “미야오”하며 내는 소리와 비슷해서, 나중에 우리 팀은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누가 “니하오”를 하고 지나간 줄 알았다.
놀랍게도, 이런 곳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세계시민교육이었다. 더 놀라운 건 내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직 학부도 졸업하지 못한, 교육 전공도 아닌 내가 세계시민교육을 현지 대학생들에게 해야 한다니.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현지 기관이 우리가 온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의 활동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허가받아야 했다. 원래 사용하기로 했던 장소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길래 그 문제에 관해서 기관장을 설득해야 했고, 실무자의 귀찮음 때문인지 겁 많음 때문인지 우리 활동에 남학생들이 참여하지 못하게 될 뻔했다. 그래서 영어를 하지 않으셔서 대화가 어려웠던 기관장에게 계속 찾아가서 번역기로 필담을 나누어야 했다. 우리에게 사무실로 쓰라고 준 공간은 에어컨도 없는 리셉션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수업 외의 일은 집에서 해야 했다. 다양한 활동 공간 어레인지는 담당자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의 차이 속에 미궁 속으로 빠져 온갖 문제의 온상이 되었다.
갈수록 놀라워지는 이 교육 봉사에서 가장 놀라운 건, 우리 세션에 참여해주었던 고마운 현지 대학생들과 주민들이었다. 사실 세계시민교육과 사회정서교육에 전문가도 아닌 우리의 세션에, 우리가 그런 세션을 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바쁜 학업 중에도 참여해준 마라케시 대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은 우리를 언제나 환대했다.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과하게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도 했던 우리의 세션에 언제나 웃는 얼굴로 참여해주었다. 그렇게 약 4개월간 우리 팀은 세계시민교육, 사회정서교육, 모자 보건-위생 교육을 지역 대학생, 청소년, 여성분들에게 진행했고, 그 참가자분들과 함께 지진피해 지역에 가서 다시 지식을 나누었다. 지역 여성분들께서는 종종 우리가 세션 준비를 위해 기관에 오는 시간에 맞추어서 음식을 만들어두셨고, 마지막 세션을 진행하는 날에도 모로코 전통의 파티 음식을 만들어주셔서 모두 함께 나누었다.
이 4개월의 짧은 봉사활동을 돌아볼 때 분노, 절망, 권태로움, 기쁨, 보람, 사랑 등 너무 다양한 감정을 너무 다양한 온도로 느낀다. 정말 단순하게 어땠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누가 나한테 봉사활동이 어땠냐고 물어보면 그냥 “재밌었다”라거나 “힘들었다”라고 말하고 끝냈다. 그건 그냥 “가끔 힘들고, 분노가 느껴지고, 어떨 땐 지루하다가도 갑자기 기쁨이 느껴지고 보람차고 지구 반대편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말하기가 힘들어서고, 그렇게 말한다고 해도 이 봉사활동이 정말 어땠는지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며 느낀 가장 좋은 표현은 “혼란스러웠다”이다. 짧은 봉사도 이렇게 혼란스러웠는데, 앞으로 내 삶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얼마나 복잡하고, 얼마나 한가지 감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이 펼쳐질지 아찔하다.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다. 그래도 펼쳐지겠지? 사실 나한테만 벌어질 건 아니고, 모두에게 벌어질 거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도우심과 사랑으로 인생의 혼란함을 잘 헤쳐나가길 기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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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27일 입대해 어느덧 전역을 100일도 채 앞두지 않은 지금입니다. 얼레벌레 군 생활을 하다 보니 병장이 되었고 요즘은 전역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전거 타러 제주도에 왔습니다.) 눈을 감고 군대의 수많은 기억을 굽이굽이 지나 머릿속을 헤집다 보면 입대 전에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목사님, 민기, 정현, 상휘 형, 세한 형과 함께 설악산을 등반했던 일, 평화기행으로 철원을 갔던 일, 주일마다 동기들과 교회 끝나고 집에 가기 아쉬워서 밤새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던 일 등 정말 정신없이 돌아다니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체력이 참 대단했던 것 같네요. 아무튼, 그때는 정말 놀아도 놀아도 아쉬웠고, 입대하는 두려움을 달래려고 참 많은 일을 계속해서 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그때 수많은 추억을 쌓았고 그 추억들이 낯설고 힘들었던 군 생활 초기와 지루한 파병 생활 간에 참 많은 위로와 군 생활을 이어나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논산 훈련소로 입대하여 군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군 생활을 거듭할수록 느꼈던 것이 있습니다. 저의 군 생활을 관통하는, 어떻게 보면 군대를 통해 배운 가장 큰 교훈인 것 같은데 그 메시지를 잘 담은 찬양 가사가 있어 소개하고 싶습니다. 바로 손경민님의 <은혜>라는 찬양인데 가사를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아침 해가 뜨고 저녁의 노을
봄의 꽃 향기와 가을의 열매
변하는 계절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한 없는 은혜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1년이 넘는 군 생활을 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느꼈지만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은 나의 평범한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느끼고 생각했던 수많은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통제받는 것뿐만 아니라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보지 못하는 것, 더 나아가 내가 드리고 싶은 예배를 드리지 못하고 가고 싶은 교회를 가지 못한다는 현실이 불편을 넘어 무기력하게 다가왔던 때가 있습니다. 더불어 저는 아프리카로 해외파병을 가게 되어 한국에서의 군 생활보다 더 많은 불편함과 통제 속에서 군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해외파병 당시 아프리카 현지인들의 삶을 직접 보고 내가 군대에서 누리고 있는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들이 그들에겐 당연하지 않고 불편에 눈이 멀어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었습니다. 그저 불편과 불만을 늘어놓기만 해도 아득히 밤을 샐 수 있는 것이 군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낯설던 군 생활 초기와 파병 생활 초기에 그 불편한 현실 속에서도 나름대로 감사한 일들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하루하루를 보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소한 것들에도 감사하는 습관이 생겼고 그 감사한 마음들이 또 새 하루를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 살만해지면 감사보다 불만이 더 많아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편했던 시간 들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누려 왔던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다는 것을.
경청에는 군필자가 많은 줄로 압니다. 아마 많은 군필 청년들이 군대에서 저와 같은 무기력함을 느꼈을 테지요. 하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그 무기력함을 극복했을 테고 지금의 늠름한 청년으로 거듭났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청년들, 그리고 군대에 가지 않는 청년들도 많은 줄 압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삶을 살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당연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낀 경험이 있거나 앞으로 그런 경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불평을 늘어놓고 무기력해지기보단 그동안의 일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해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그러다 보면 불평불만만 늘어놓게 되는 불편한 현실 속에서도 감사한 것들이 보이게 되고 또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현실이 살만해지기도 할 것이라 감히 확신합니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벅차고 힘든 사회에서 청년의 때를 보내고 있는 경청 여러분.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전서 5:16~18
위 말씀처럼 경청의 청년들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삶 속에 당연한 것들이 감사할 일들임을 되뇌며 오늘 하루 그리고 또 하루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주변의 당연하게 느껴왔던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삶을 살 수 있길 기대하고 기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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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작가는 섬세한 문체로 많은 사랑을 받는 소설가 최은영이다. 그의 소설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여운이 길게 남는다. '쇼코의 미소'부터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까지 그 어떤 소설도 단숨에 읽어나갈 수 없었다. 군데군데 멈추고 기록하게 되는 문장들이 있고 단편 하나를 읽고 많은 생각이 몰려와 책을 잠시 덮어야 하는 순간들이 자주 있었다. 수많은 여성의 입장에서 소설을 쓰는 그는 항상 내가 남들에게 편들어주고 이해시키고 싶은 인물의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그리고 내가 잊고 있던 과거의 나와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현재의 내가 소설 속에 녹아있다.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이 작가의 글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여리면서 강하고 무너졌다가도 일어서는 많은 주인공의 모습에 먹먹해지고 울고 미소지으며 그의 책을 읽는다. 다음 작품이 무엇일지 항상 기대되는 작가이다.
-작가의 작품 목록
쇼코의 미소(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소설집)
밝은 밤(장편)
애쓰지 않아도(짧은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소설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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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에서 홍은동 쪽으로 홍제천을 따라 걷다 보면 연두색 간판의 작은 식당 ‘다정한 마음’이 나옵니다. ‘다정한 마음’은 가게 바깥에서도 홀과 부엌이 한눈에 들여다보이는 작은 식당인데요, 이곳에서 밥을 먹으면 어느 곳보다 몸과 마음이 크-게 든든해집니다.
다정한 마음의 대표 메뉴는 김밥입니다. 김밥은 주문 즉시 만들어지지만, ‘뚝딱’ 하고 나오진 않습니다. 갓 지어진 따뜻한 밥과 직접 다듬고 졸인 우엉조림, 계절마다 바뀌는 제철 나물... 이 모든 재료를 정갈하게 포개고, 손끝으로 꾹꾹 눌러 예쁘게 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김밥은 종류도 다양합니다.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햄과 맛살이 들어간 소풍 김밥, 비건 메뉴인 매콤 유부 김밥, 따뜻한 달걀옷을 입은 치즈김밥전도 있습니다. 김밥은 라면과 먹을 때 궁합이 참 좋은데요, ‘다정한 마음’의 라면은 국물마저 특별합니다. 큰 솥에 야채를 가득 넣어 수 시간 정성으로 끓인 채수 라면 국물을 한 입 떠먹으면 “아...”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막 뜯어 싱싱한 야채가 들어간 새콤달콤한 쫄면, 부드러운 두부와 향긋한 나물이 들어간 비빔밥, 여름에만 등장하는 반가운 열무 국수.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메뉴입니다.
‘다정한 마음’은 배고픔을 채우는 곳을 넘어, 마음이 풀어지는 작은 쉼터 같은 곳입니다. 강아지 손님이 들어오면 물을 챙겨주는 사장님의 다정함처럼, 이곳에는 음식뿐 아니라 온기를 나누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찾은 사람은 꼭 다시 오고 싶어지는 식당, ‘다정한 마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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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서이다. 한자로 멈출 ‘처(處)’에 더울 ‘서(暑)’를 사용하는데, 24절기 가운데 14번째로 여름이 지나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는 날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고 할 정도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오늘도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고 충분한 물 섭취와 휴식 등 건강 관리에 유의하라’는 안전문자가 울렸다. 사무실 밖을 나가면 꼬리표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소리가 있다. ‘아이고, 더워’, ‘더워 죽겠다.’이다. 몇 일 전 개학을 맞이한 막내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교회에요? 차 가져갔어요? 학교 끝났는데 겁나 더워요.” 걷기에 너무 더우니 차로 하교를 시켜달라고 전화한 것이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작년에 이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아직 2025년이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라고 예상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들이 문제를 일으켰다. 땅에 감추어있던 화석 연료를 꺼내어 끊임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해왔다. 무분별한 개발은 자연의 탄소 흡수원을 파괴했고,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기능을 마비시켰다. 여기에 여러 가지 자연적인 요인들이 더해져 이제는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는 매일 하와는 뱀, 아담은 하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은 것처럼 끝없는 소비의 속삭임에 넘어진다. 그리고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얼마 전 새벽에 러닝을 하며 눈에 들어온 일상의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아침을 깨우는 새는 여전히 지저귀고, 홍제천의 물은 한강을 향해 흐르고 있었다. 생명은 여전히 생명에 담긴 그 의미를 살아내고 있었다. 생명을 이어가는 순리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위기를 넘어선, 재앙이 우리 모두의 잘못 때문이라면 결국 이것을 되돌릴 수 있는 열쇠도 우리가 힘을 모을 때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보시기 좋았던 세상으로 회복되길 바라는 것은 믿음의 자녀들이 걸어야 할 길은 아니지 않을까?
갈라디아서 6장 7절에는 ‘사람은 무엇을 심든지, 심은 대로 거둘 것입니다’라는 말씀이 기록되어있다. 이제 9월부터 교회력으로 창조절이 시작된다. 힘 있는 정부나, 기업이 해야 할 일이라고 누군가에게 우리가 져야 할 녹색 십자가를 미루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중심, 성장중심의 씨앗이 아닌 모든 살아있는 생명을 위한 방주를 짓는 또 다른 노아의 마음으로 희망의 씨앗을 심는 노력을 하는 청년부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 그 일이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겨자씨 같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 나라를 회복해가는 순리의 씨앗이 될 줄로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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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교회를 위해 기도해요🙏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의 평화를 위해
갈라진 이 땅이 너그러움과 이해를 통한 화합과 일치를 이룰 수 있도록
기후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피조물의 생명을 위해
일터와 학교에서 수고하고 애쓰는 교우들의 건강과 소망하는 것들을 위해
해외에 있는 교우들, 군 복무 중인 교우들의 안전을 위해
우리가 모두 서로를 위로하며 하나님 사랑을 세상에 전하는 예수를 닮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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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부 여름수련회 | 대구·경산·경주 역사&평화 기행
2025.07.10-13.
여름 수련회는 대구와 경산 그리고 경주지역에서 역사와 평화를 주제로 하는 기행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근현대사에 녹아있는 아픔의 역사와 여전히 슬픔 가운데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이런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함께 고민하며 공동체 훈련을 통해서 하나 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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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에 이어 성공회 여성선교센터(종로구 평창동)에서 리더 수련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상반기 일정을 되돌아보고 남은 올 한해를 계획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신입생 환영회, 겨울 수련회, 중고등부와의 멘토 멘티 모임, 장애인 주일 모두를 위한 교회, 문화활동과 지역봉사 및 사순절 성경공부와 광주평화기행까지 돌이켜보니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별밤과 종교개혁주일, 난민과의 차담, 연탄나눔 봉사활동 등 하반기에 예정되어있는 청년부 일정에도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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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강민희 한성현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동교회 청년부 "웹진 1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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